1. 류병엽, 뜨겁고도 건강한 조형  2. 류병엽 초대전에 부쳐  3. 소묘, 독립된 영역으로서의 그림  4. 柳鉼燁, 회화의 즐거움과 긴장감  5. 독백적 향수, 향수적 원시  6. 색면의 구성과 향토의 정서  7. COMPOSITI0N OF COLOR FIELDS AND N0STALGIC EMOTIONS

3. 뎃생이 본격적인 작품을 위한 밑그림이나 에스키스의 과정에서 벗어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 저간에는 사실상 뎃생에 대한 폭넓은 의미가 수렴되고 다양한 개념확대가 수반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80년대에 오면서 뎃생전이 국제적으로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그린다는 것을 다시 의식하면서 뎃생의 중요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오브제로서 그림이 강하게 의식되었다는 것이다. 류병엽씨의 작품은 뎃생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오브제성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 대한 향수같은 것을 느끼게하는 것도 이런 요소 때문이다. 나는 그의 유화나 다른 매재의 작품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특히 뎃생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터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만큼 많은 뎃생을 하는 화가도 우리 주변에 드물 것이다. 그의 뎃생이 처음부터 어떤 완성작을 위한 에스키스가 아닌, 그 자체 독립된 영역으로서 다루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몇 해전에 내어놓은 뎃생집은 그 하나의 결실일 것이다. 그러니까 흔히 뎃생을 아카데믹한 의미에서의 기본기로 보려는 각도는 그의 경우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뎃생에는 분명하고도 소박한 것이 있다. 본질적인 것에로 다가가는 환원 의식이 강하다. 나목의 굵은 마디와 줄기처럼 확연히 드러나는 선의 존재의 확인, 그것이 마침내 그림의 실존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평론가 : 吳光洙

출   처 : 1984 동우화랑 / 박여숙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