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류병엽, 뜨겁고도 건강한 조형 2. 류병엽 초대전에 부쳐 3. 소묘, 독립된 영역으로서의 그림 4. 柳鉼燁, 회화의 즐거움과 긴장감 5. 독백적 향수, 향수적 원시 6. 색면의 구성과 향토의 정서 7. COMPOSITI0N OF COLOR FIELDS AND N0STALGIC EMOTIONS류병엽씨의 경우도 이런 예외적인 범주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의 그림은 적어도 어느 특정한 유파나 이념에 결속되지 않은, 그야말로 자유 의지에 의한 가장 순수한 정감의 표출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직솔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하게까지 만드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상식에 젖어있었던 일상의 굴레를 여지없이 벗겨놓는 그런 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큐비즘시대의 앙리·루소나, 다리파의 킬히너를 연상케 하는데, 확실히 그는 이런 유형의 소박파나 표현파 화가들과 깊은 정신적 공감을 유지해보이고 있는 듯하다. 또 그러한 화가들에서 발견하는 어떤 원초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 그의 화면에 부단한 정감의 여울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그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림 그 자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색채와 형태가 이루는 평면 속의 구성 그것이 바로 그림이듯이 그는 이 기본적 생각에서 출발하고 또다시 되돌아온다. 구체적인 대상이 등장하고 그 대상 속에 온갖 설화적 의미가 추적된다고 하더라도 그의 작품은 우선 그런 것에 앞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어떤 의미를 그리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그의 작품 앞에서 아무런 부담도 없이 순수해질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기교나 제스쳐를 쓰지 않는 無垢한 心性에 자신도 모르게 겸허해지고 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도한 현대미술의 와중에서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현대미술이 지니고 있는 차가운 논리성이 우리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작품은 또 하나의 구원의 손길처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