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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산들 바람이 바다 위를 건너기 시작했다. 짭짤한 바다의 공기는 잡초 위로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심장속 깊히 드려마셔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깨위에 걸려서 흔들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소금 구루마가 멀리서 가로 질러 오고 있었다. 퇴색한 옷과 퇴색한 작업모를 쓰고 있는 세사람이 소금 구루마를 밀고 네주위를 달려오고 있었다. 급속히 달려오는 구루마 뒤로는 갑짜기 어둠이 깔리는 듯 싶었다. 적어도 구루마처럼 빨리 질주하는 것은 여기에는 없었다. 소금을 흘리면서 달리는 구루마와 바람때문에 작업모를 연신 눌러쓰면서 달려가는 인부들만 바쁜 것 같았다. 그들만이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멀리 뒤로 사라진 소금 구루마를 쳐다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물들이 바로 앞에서 저녁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빨간 빛을 반사하면서 흐르는 물과 그리고 파도가 있었으며 그 위로 고향을 찾아가는 바람도 있었고, 바람을 타고 날으는 물새들의 비요도 있었다. 무언가 알수 없지만 애상을 바다에 뿌리는 물새들의 울음, 무수한 모래알, 자갈, 그리고 개흙, 구수한 갈대의 냄새, 또한 줄지어 달아나는 무수한 생물들의 그림자가 있었다. 뚝위를 서서히 걷고 있는 나는 그것들 위로 어둠이 산산히 뿌려지는 것을 볼수 있었다. 바닷가에는 그런 것들만 있는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어둠이 내리기 때문에 침묵 속으로 희미하고 엷은 괴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사라지는 산이 있었고, 산위로 서서히 사라져 가는 흰 빛갈의 구름도 있었고, 그들과 함께 생식을 즐기던 푸르고 먼 원시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나를 자극 시킬 수 있는것은 지평선 그 위에서 마지막으로 타고 있는 태양이었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더이상 나를 눈부시게 할 수는 없었지만 하루를 종결짖는 그들의 투지는 장중하다는 표현을 이루고 있었다. 단 하나의 곧고 긴 지평선 위에서 그들의 노력과 결정이 터지느라고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내일을 위한 메아리를 던질 때, 나는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내 심장은 그들의 메아리로 꽉 차고 흥분 속에 빠지고 말았다. 적어도 나는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했으며 내가 공기를 들이 마시고 있는지도 몰랐다.
저녁 하늘의 태양은 확실히 나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 우주라는 공간속에서 길고 탄력있는 곡선을 그리면서 메아리를 던지고 생물들에게 파문을 던지던 그 태양은 무엇이길래 나를 그처럼 끌어가는 것일까? 내가 존재하므로써 공간과 시간도 따라서 있을수 있다는 나의 견해위에서 그처럼 붉게 타오르는 그것은 어떤 것인가? 나는 또 다시 대자연 앞에 서서 크게 소리지르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엄숙하고 진실한 대자연의 운행이여-. 무쌍한 변화와 정결한 질서를 유지하는 그것은 아름다움의 모태였고 극치의 작품이었으며 미의식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충분하였다. 나는 거기서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세탁할 수있단 말인가? 사실상 이것은 질문으로 존재할 수도 없을만큼 미약한 인간의 능력이었다. 나는 갑자기 내 친구들과 함께 이러한 장소에서 “목욕이라도 했으면!”하는 생각으로 꽉 찰뿐이었다.
오-, 생소한 미소여! 그것은 정말인가? 그러나 이미 태양은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시커먼 지평선도 알 수 없는 희롱속에서 흐느끼기 시작했고 또 다시 그것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둠을 만질 수 있었고 손아귀에 한 움큼 움켜 잡을 수도 있었다. 공간은 어둠으로 포장되었다.
나는 뚝 위를 여전히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더이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감은 다함께 공통된 감각을 사용할 뿐이었다. 다시 말하면 만질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 맡을 수 있는 것, 씹을 수 있는 것, 들을 수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느낄수 있는것은 온통 어둠 뿐이었다.
이따금 파도 소리가 들렸다. 사라진 기록의 노래처럼 공간을 깨뜨리고 있었다. 나는 엷고 납작한 조약돌 하나를 줏어들고 소리내며 흐느끼는 그 쪽을 향해서 던졌다. 몇번이나 해면에 부딛치며 나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떨어지는 태양위로 사라져가던 물새들의 울음소리 같이 들렸다. 어둠속에서 해면위에 부딛치던 그 소리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해면 위에 부딛치면서 조약돌이 일으키는 물의 파문을 볼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는 있었다. 나는 애써 그 파문이 어떤 것이었을까?를 생각하면서 뚝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은 좀더 내려왔다. 이제는 깜깜했다. 오감은 깜깜한 어둠을 느낄 뿐이었다. 걸어가던 나는 무엇인가 잡아 나꿔챘다. 그것도 어둠이었다. 시커먼 어둠의 송장이었다. 나는 내 손에 묻은 시커먼 어둠을 몸서리 치게 느낄 뿐이었다. 나는 어두운 공간 속을 걸어가면서 무엇을 생각 할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 생각을 하기보다도 뚝위를 걸어가는 나는 나의 걸음에 유의해야만 했다. 사실상 나는 더듬으면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12월 8일. 창배가
※ 李昌培는 仁川出身 나의 大學同期였다. 우리는 함께 만나면 즐겁고, 대화를 많이 했다. 내가 1969年에 서울을 떠나 France로 간 다음달 세브란스病院에서 白血病으로 나와 헤어졌다. 귀국한 후에 그의 친구 C校授와 함깨 仁川의 海岸공동묘지에 있는 그의 무덤에 가서 성묘를 드린적이 있다. 친구들이 모금하여 세웠다는 작은 碑石에는 “여기 한 書學徒가 잠들어있다”고 세겨져 있었다.
多量의 그의 遺作(Oil Painting)은 그의 고등학교시절친구 C교수가 保管하고 있었는데, 현재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
내 친구 昌培에게 명복을 빈다. 하느님의 품속에서 永遠의 安息을 갖으시라….
1995年 3月 7日 – 著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