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지금 오후11시이다. 학원에서 방금 왔고 오늘은 기차 안에서 고등학교 동창 셋을 만났다. 법과 다니는 친구, 철학을 하는 친구, 문학(불문학)을 하는 친구들이었다. 자기가 전공하는 과목에 충실한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재미있었다. 그 친구들은 별다른 이야기들을 갖고 있는 친구이고 나도 그들의 과목에 대하여 흥미를 느꼈다. 이야기는 진행되고 여러 가지의 복선이 나타나며 제각기 자기 이야기를 하였었다. 허나, 단언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림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동안 얼마간의 책을 읽었으므로 이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약간의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철학하는 학생)자에게는 “인간의 자유” 에 대하여 이야기했고, 법과생에게는 “법의 이원론”에 관한 나의 소견을 말했고, 불문학을 하는 친구에게는 “실존주의”와 불란서의 위대한 작가들 몇 명을 이야기했고 그 외에도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현실과 결부시켜서 이야기했다. 나는 너무나 조심성을 갖고 그리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도전했으나, 이야기 중에 나의 저자세는 높은 자세로 옮아갔으며 그들의 그 해박한듯한 지식들은 내 앞에 굴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귀를 열고 내 이야기를 섭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 비해 너무나 알고 있는 것으로 그들은 인식을 한 것 같다. 나의 이야기 시간은 그들보다 몇 배나 길었으며 강사로써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궁금증이 나에게는 이미 해명되어져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기차 안의 외따른 나의 행동도 이제와서는 그처럼 초라했던 나에 대한 그들의 기억(관념)이 각광을 받아가고 있었다. 고등고시를 보겠다고 공부하는 법과생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모르고 있을까? 쇠사슬에다가 금을 도색하듯이 낙엽이 된 법 조항을 외우고(철저하게 외운다) 이제 와서는 쓸모없는 법 조항에다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인내성을 갖고 도색만하는 그 친구 인간을 징계할 때는 우선 시체로 만든후에 법률을 적용하는 그 친구의 자세는 죄인만 보았을 뿐 인간을 보지못하였다. 그 친구는 인간을 구제하는 데는 많은 희생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희생자 속에 들기를 싫어했고 아울러 인간에게 제복을 착용시키겠다는 그는 그 속에 자기를 넣지 않았고 그는 그가 즐길 수 있는 별장을 가질 필요를 느낀다고도 말했다. 그는 인간이 시체로 보이는 것 같다. 법률에서 생명은 고려하지도 않고 악의 극치 속에 징계법을 확장시키려고만 했다. 표현을 모르고 설명만 하려는 그 친구의 말은 쇠사슬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박물관이라도 만들 것 같았다. 사회심리학을 특히 선택했다는 그 친구는 그가 알고 있다는 것만큼 빠르게 흡수되어왔다. 병리학을 말하는 내 앞에서의 그 친구는 유치원생이었다. 또한 불란서어를 공부하는 친구가 그 나라 작품을 나보다 적게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사상의 결핍성 때문에 그는 반신불수였다. 반신불수들은 걷지 못해도 나는 그 앞에서 활발하게 걸었다. 그들은 내가 걷는 것을 보고 신기해 했다. 생명은 언제나 이런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알려고 하지않는) 그들은 공부할때는 언제나 기념 촬영만 했다. 그들은 그래서 앨범을 소중하게 갖고 다니지만 그 종이앨범이란 가슴에 불이 붙을 때 한방울의 물도 되지 못한다. 그들은 두 귀를 활짝 열고 강의를 듣고 있었다. 내 입김은 그들의 육체를 진동시키고 그 진동속에서 열이라는 그들의 본질을 재생시키고 있었다. 허나 그들 보다는 내가 더했다. 이 시간처럼 알고 있다는 것이 나를 괴롭힌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나는 내 것을 말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을 뿐이다. 기차칸 속의 공기를 압축시키며 그들의 가슴을 씻어줄 수는 없는 나였다. 그들은 나에게 그림이야기를 하라고 청하지는 않았다. 허나 내 내부에서는 질문이 생기고 답을 독촉했으며 증명하지 못하는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또한 성공하면 그 돈으로 한국의 번화한 거리에 위치한 공원을 사고 그 위에다가 거창한 미술관을 건축하겠다는 그 생각을 한 것 때문에 고통은 불처럼 타올랐다. 이 화재는 태풍으로 변하여 내 가슴을 쓸어갔다. 텅 빈 내 가슴 먼지가 퇴폐를 장식하려는 그 우울함은 나를 그들 앞에 서지 못하게 했다. 내 것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밤 하늘에 떨어지는 별똥처럼 슬픈 상념을 안겨 준다. 동화 속에서 별똥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동화속에서 빛나는 진실들이 현실로 옮겨오면 그것이 얼마나 얼간이 같은 것들일까! 내 육체의 모든 신경세포들이 별똥으로 되어서 밤하늘에서 낙하하기를 바랬다. 복선이 없는 그들에게 나는 복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복선은 너무나도 괴로운 것이다. 이제와서는 나에게 괴로움, 슬픔, 기쁨이란 것은 없다. 승자와 패자가 없다는 것은 완전한 기쁨과 슬픔이 없다는 것과 동일시 해도 좋다.
가슴속에서는 시내물처럼 눈물이 흐르고 그 눈물의 궁극이 무의미하게도 화장터와 직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누군가 그것을 알려고 하는가. 시내물위에 별이 반짝이고 그 무수한 아름다운 별들이 시내물속에도 반사되고 바람이 그 물을 달래며 재우고 있는 그 동화만을 역사책은 서술하고 있다.
나는 그들과 헤어질때 나는 굉장히 아름다울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바로 나에게는 회차리였다. 그것이 나를 저주스럽게도 때리고 있었다.“자! 그건 그만하고 용기를 내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불리하거던”“생각은 원소 안의 원자를 곰팡이가 나게 한단말이야”나는 이런말로 그 회차리를 피하려고 애썼다. 회바람으로 신을 부를수만 있다면 인간은 참으로 편리하다. 허나 인간은 생각을 하는 것이며 생각은 용광로의 쇠물처럼 탄력을 잡아먹는다. 나는 입을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때 하늘의 별이 반짝이고 모든 것은 정적으로 변했다. 나는 생각을 그만 두었다. 달이 떠올랐다. 달은 나의 그림자를 뒤따르게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동차의 불빛이 그림자를 휘몰아갔다. 나는 생각을 끝낸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누구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 생각을 따로하고있다. 이것도 역시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기차속에서 생각한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이런 여유를 준다. 이러한 여유를 많이 주는 친구는 참으로 많다. 나는 그런 여유가 싫어서 그들과 접촉하기를 꺼려한다. 있으나 없으나 같은 친구들, 그러나 그들은 무익유해한것이다.
신문을 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흥미없다. 그것은 깊숙한 이야기의 진가가 없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며, 사건을 실었을 경우에는 독자가 화내기 전에 신문이 먼저 화를 내고 있으므로 그 기사를 읽고는 무엇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종합을 그 친구들은 지니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공부를 하는 목적은 나하고는 다르다. 그 사람들은 정말 지상적 인간들이다. 세상에서 살기좋게 만들어진 그들 앞에서 나는 떠벌리고 있으며 용하게도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이야기란 그들의 이야기이므로 실재상에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때문에 내 존재가 느낀(특히 깊숙히 느낀) 이야기는 그들에게 통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것을 느끼면 설명하지 않고 표현을 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그들앞에서 나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내 자신을 생각할 때 나에게는 결정이 필요하다. 모든 타성적인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에 내 존재의식 속에는 그것들이 침투하지도 않는다.
모든 사물은 정적 속에서 어둠으로 변하고 그대로 밤은 계속된다. 그리고 밝은 세계에는 나혼자 있다. 이제부터 생명은 시작된다. 그 생명은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나이다. 그냥 햇빛 속에 있는 나. 나는 그것을 그리려고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걸어오는 나는 도중에 너를 보고 싶어했다. 우리 사이에는 언어가 필요 없다. 우리가 만나면 한심스럽기까지 한, 이야기를 하고 L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기실은 서로 사이에 표현되지않는 생각들이 입을 봉한 그 내부에서 충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햇볕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르는 강한 문명에의 도전. 심원한속에서 사랑이 결부될지라도 만나는 것은 중요한 것같다. 재조정은 언제나 재회에서 이루어지지 혼자서 결정을 보지는 못한다.
병엽아! 언제 서울 오느냐? 몇몇의 네 친구들에게는 계속적으로 편지가 오는지? 먼저 봉합엽서를 받았을 때는 어찌나 글씨를 네가 빨리 섰던지, 글씨를 알아 볼수 없게 끔 마르지 않은 잉크가 아래위로 복사되어 있었다. 물론 종이가 빠빳했기도 했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하지도 않는 순창에서도 병엽이의 행동은 바쁘기만 하구나”하는 생각이었다. 도토리알보다도 작은 콩알들로 바둑을 두고 있는 너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 나는 졸리워서 자야겠다. 그리고 잠속에서 네 꿈이라도 꾸어야겠다.
창배올림
※ 너에대한 소식을 좀 자세히 알수 있을까하여 서울 너의 집으로 갔었다. 그러나 그 집 사람들도 많이는 알고 있지못했다. 영자를 볼수 있을까 하였지만 그는 없었다. 네 집은 건재하드라. 밤이라서 자세히 볼수도 없었고 또 나는 마당에 있었다. 배추가 의외로 잘 되었더군. 네집 옆으로 4,5동의 새로운 집이 세워졌고 곧 전등도 설치하게 된다고 노인이 말하였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네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할 정도는 못된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화나는 것은 네가 그 집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 좋은 집도 네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그 집을 갈때 네가 거기에 없으리라는것을 100%알았지만, 실상 가보니 그것이 영 서운하더라. 집이며, 재산이며, 가족이 다 무엇이냐. 나는 다만 네가 필요할 뿐이다. 좀 지나친 과장같지만 내 수중에 돈이 있었다면 순창을 가고 싶었다. 그냥 필요없이 너만 보고 싶은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실상 우리가 그렇게까지 만날 필요가 있는가?”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심상에 세워진 너가 자꾸만 커져가고 있어서 마치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려는 것과도 비슷했다.
너에게 할말이 있다면, 너는 졸업을 하고 부터는 편지쓸 때 도취되는 습관이 없어졌다.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너는 순전히 그렇게 도취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허나 우정이 사라졌을 때는 사상으로 결합되는 예처럼 너는 다른 방법으로 편지를 자세하게 써야한다. 나는 요즘 네 편지를 받으면 편지 같지도 않아. 그것이 무슨 편지냐? 하,하. 적어도 내가 바라는"너의 장점에서 오는 사색"같은 것을 하나 정도는 보내주어야 할 것아니냐. 그리고 너는 내 편지를 받으면 가끔 지독한 질문을 해오기 때문에, 나는 그 질문을 어떻게 해소할까하여 몇일간을 긍하고 결국에는 너에게 편지도 없이 그런 질문을 흐지부지하는 습관이 생긴다.
요컨데, 나는 네집을(서울)가보고 오면서 “아! 나는 내 생각보다도 병엽이가 더 보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두서 없이 지껄이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우리가 만나는 것도 쑥쓰러울 정도로 싱거운짓이니까. 어서 빨리 계획을 이행하고 서울로 오너라. 그리고 가끔 실황을 편지로라도 알고 싶다. 나는 이기회에 가끔 미친놈이나 쓰는 편지를 보내었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허나 내 지금 상태로는 너에게 무슨 다른 말을 보내겠느냐?
예쁜 정아도 많이 자랐겠지? 나의 생각으로는 기왕에 자녀를 둘것이면 잘 키우겠다. 내 조카들을 보면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오봉산처럼 나왔다. 그래서 그 어린애들을 보면 배부터 보인다. 내가 충고를 해도 아주머니는 무가내다. 정아는 구충도 시키고, 밥을 하루에 10회로 늘려서라도 배는 나오게 하지말아라. 그래야“미쓰 유”라는 애칭이 그에게 적합할 것이다. 하여간 최근의 나는 수다스럽다. 영어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하니 내 생각(존재의식)은 아랑곳하지 못한다. 이것은 정말 서글프다. 적어도 내 생활이 나처럼 보여야 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지금은 유니온 3권을 배우고 있다. 그냥 인내를 갖고 하는 것이지 취미란 미래속에도 발견할수 없는것이다.
그럼 너의 건강 바란다.
11월 16일 창배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