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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바깃을 올리고 목도리를 목에 감고 대합실을 나섰다. 네가 자빠졌던 그 장소를 지나가서부터 추위는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오는 눈 싸래기들은 종횡무진하면서 바람을 찬양하고 있었다. 눈은 녹지않아서 길은 반들반들하고 바람은 지나가기 때문에 방금 무엇이 자빠질 것 같았다.
오바와 하의에 부딛쳐 떨어지는 눈싸래기들은 대수롭지 않으나 얼굴의 코와 눈섭과 이마와 턱과 뒤를 때리고 있는 눈싸래기들은 내 얼굴을 곰보를 만드는 이상의 아픔을 주었다. 코속의 털들이 콧물과 함께 얼어서 딱딱함을 느꼈다. 겨울의 추위란 인간을 시간과 떨어지게 하는 이별가를 부르고 있었다. 모래알들은 길위에서 보헤미안의 노래를 부르고 추위는 장송곡을 부르고 적대자의 일월은 어둠속에서 그의 감정에 취해서 황홀해하고 있었다. 지붕들위에도 산에도 들에도 바람이 있는 곳에는 마귀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또한 모래알들의 영가도 그들의 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겨울은 추위의 계절이고 장기적인 그들의 명절이다. 바람과 추위가 있으면 시간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흐른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은 애무를 바라면서 그들의 꽃을 피우고 그대로 시들어가는 외로움을 나는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도 또한 나처럼 마귀를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또한 적대자의 품안에서 희롱당하는 것은 강간이상으로 분노를 느끼는 것이었다. 인간과 시간을 적대자가 강간을 하다니-, 그것에 대한 분노는 살인 이상의 용기를 나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추위의 대로를 걸어가는 나는 너를 생각해 냈다. “병엽이가 있었으면”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포옹해줄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나고 함께 걸으면 추위는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힐수가 없지” “우리는 여자이야기를 하고 우정을 말하고 술집을 생각함으로써 흐르는 우리의 피를 더웁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면 추위는 사라지고 시간은 흔들흔들 우리를 태우고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제공하지” “우리는 시간을 음미할 줄 알고 있는 인간이니까” “소가 투우사의 물레타에 돌진하는 그 순간은 투우사와 소가 성교하는 순간이야” “시간과 마찰하는 인간이란 보통 이상의 정열가야, 적어도 이 추운 밤에 길거리에서 시간과 마찰하는 인간은 섹스가 강한거야”,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눈길위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랄을 만지고 있었다. 축소된 두개의 알맹이를 주무르던 나는 “아냐! 섹스는, 진짜 섹스란 이런게 아니야!”라고 소리질렀다. 그리고 나는 길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단화의 밑바닥이 얼음위를 미끄러지면서 얻어지는 훈훈한 열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의 마찰이었다. 너와 만난 것처럼 자문자답하던 나는 이제는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나는 얼음 위를 달리고 끝나면, 또 달리고 하였다. 계속해서 달리던 나는 새로운 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추위는 목도리를 날리고 있었으나 이제는 시원한 바람에 불과했다. 나는 피부안에 흐르는 열이 강열하게 시간을 애무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시간은 옷을 벗고 나는 그를 애무하면서 미끄럼을 계속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인식들은 정액을 분비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자위질이다” 나는 정액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또 다시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빛! 그것은 무엇일까? 생명이 시간을 애무할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명 스스로가 아니라 생명이 시간과 강한 마찰을 할 때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빛은 마찰의 댓가이다. 그것은 생명과 시간이 정사하는데서 생겨나는 정액이다. 섹스는 광범위한 것이다. 생명이 시간을 흡수하면 그림, 언어, 시 등은 물론 과학, 정치, 경제 분야와 또한 세상의 모든 사물과 성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철학을 위한 철학, 소설을 위한 소설, 그림을 위한 그림은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생명과 시간과 공간의 마찰, 어떻든 그것은 그림이며 시이고 정액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추위에 떨지 않는 체질의 생명이다. 병엽아! 너는 이 중요한 생명의 체질이 훌륭하다. 그러하기 때문에 너는 “화로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무보다는 네 체질이 좀더 추위를 이겨 낸다는 것을 고려해서, 나무를 장만하는 동안의 그 많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음미해라 조물주는 너에게 은총을 내렸다. 그것은 선택된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너에게 20년후의 그림을 바라지 않는다. 이 순간의 네 그림을 보여다오. 그러하므로써 나는 20년후의 네 그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너는 술의 마술을 알듯이 언어의 마술도 알 수 있는 것이며 즉 그것은 교미이고 그림일 수도 있다. 요약하면 시간과 마찰시켜라, 나는 미끄럼을 타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몸의 흥분을 느끼면서 “아, 나는 인간의 그림자와도 성교를 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상하고 새로운 찐득찐득한 액체를 느끼고 있었다. 그 정액은 다만 느끼는 것이었다. 빠빳한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정액보다도 훨씬 더한 느낌이었다. 사춘기에 들어설 때 처음으로 자위질을 하는 강한 성기의 충동보다도 훨씬 강한 충족이었다. 정액이 나올 때 성기의 무수한 털들이 황홀경에 취해서 서로 크게 소리지르며 나의 남성적인 육체를 찬양하고 육체의 땀구멍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느라고 땀을 흘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의 입김을 받아서 흔들리는 주변의 공기들이 증발하여 수증기처럼 나를 감싸주듯이, 나는 요번에도 목욕탕 안에서의 내 머리속처럼 아찔함을 느꼈다. 그리고 목욕탕 안에서 늙은이들이 소리내어 숫자를 암기 할 때 들리는 그런 소리가 지금 내 주변에서는 또렷이 그리고 진지하게 나를 찬양하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그런 내 목소리와의 교미를 내 생각과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나는 적어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추운 길거리를 질주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교미를 끝내고 우리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들어섰다. “나의 집이 좀 멀었으면” 그렇기를 바라면서 나는 문 밖에 다달았다. 집안에서는 촌에서 온 큰 형님을 위시해서 몇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이야기들이 방안을 새어 나와서 긴 실오라기로 변하여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목격했다. 실오라기는 머리를 들고 나에게 오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몸을 여러 번 감싸고 있었으며 방안의 이야기가 중단되고 방문이 열렸을 때 진기하게도 상냥한 기쁨으로 변하였다. 나는 그것을 오바주머니에 넣고 대문을 열어달라고 “어머니”를 불렀다.
1965.1.12. 창배가 썼다.
※요번 대화중에 네가 나에게 “내가 보내는 편지를 보관하느냐?”라고 했는데 나는 앞으로 너에게 오는 편지만은 한장도 버림이 없이 보관하겠다. 태워버린 지난 편지를 후회하는 대신에 잘 보관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든다. 너는 몇 장의 보관하여야 할 만한 편지를 나에게 보낸 것을 나도 느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너에게 말해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알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