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 와서 너를 만났더냐
이승에 와서 너를 처음 만났더냐
해가 떠오르고
새가 나는 하늘
꽃피고 꽃바람이 불어오는 땅
이곳에서 너를 처음 만났더냐
그러다가 運命이 되었더냐
너와나
因緣이라는것이 있지 않았겠느냐
너와 나
어쩌다가 만났더냐
그동안 할머님도 돌아가시고
아버지 어머님도 돌아가시고
나는 白髮이 되었구나
어느덧 回想하는 季節이 되었구나
나의 모든거가
나를 떠나갔고
나는 老松처럼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老松처럼
하늘아래 쓸쓸하게 서 있구나
어느덧 새 生命들이 태어나서
녀석들 산토끼들처럼
내 뿌리를 밟고 뛰어다니누나
새 날이 되면 어김없이
나는 너를 만나야하고
때로는 험악하게 맞붙어서
싸움도 하지만
꿈속에서도 그렇지만
때로는 부등켜안고
반가워서 좋아서 두둥실
춤을 추는구나
하지만 너는
내 前生에 怨恨으로 만나
모질고 슬픈 怨恨으로 만나
그것을 풀지 못하고 있다가
이승에까지 달고 나타났더냐
내 思春期時節
내 그토록 所重했던 靑春
태어나서 六十三年의 삶을
애벌레가
나뭇잎을 모조리 발라먹듯이
그 所重한것들을 너는
한 잎도 남기지 않고 발라먹어 버렸다
나무는 죽지 않았고
이제는 古木이되어
휘어져 꼬부라졌다
어느 나라 옛날 얘기가 되어
길가에 검은 그림자만
드리우고 서 있다
지나간 時間들이 恨이되어
恨풀이를 하고 싶지만
내 삶은 나를 스쳐서
마치 나비처럼 어디론가 날라가버렸다
이제 남은거라곤
오로지 너와 나 우리는 단둘이 뿐
앞을 보아도
옆을 보아도
뒤돌아보아도 오로지 너와 나
우리는 단 둘이 뿐이다
너도 그렇지만
나 또한 너와 똑같아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마지막 길을 떠나는 구나
흥얼타령을 부르며 恨을 씹으며
가슴속에 흐르는 江물처럼, 푸른 눈물처럼
초록빛 江가를 지나는구나
쓰라린 恨을 참 어찌할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너와 나
나란히 이승을 떠나
저승길을 지나
저승에 가서도 또 만날것이냐
내 열살 무렵부터 너를 만나
단 하루라도 너와 떨어진 날이 없었다
내 너에게 지금 와서
뭐라 말 할 수 있으리
지금에 와서 너에게 투정을 한들
또한 무슨 소용 있으리
내 이 슬픈 사연들을
슬픈 回想들을
네가 어찌할 수 있으리!
2000. Le 28. Déc. 三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