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위에 석고를 발라 그것으로 형태를 뜨고, 그 석고 원형을 다시 수정을 하고, 그 수정된 것을 주물공장으로 보내서 Bronze 형상을 만들고, 그것을 1~2개월쯤 후에 다시 끌어 내려서 그 Bronze 위에 다시 석고를 바르고 그것으로 형태를 뜨고 그 석고 형태를 다시 수정하고 그 수정된 것을 다시 주물공장으로 보내서 Bronze 형상을 만들고...... 19년여를 이 어처구니 없는 정신병이 완치는 안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모든 Bronze에 7~8회, 이 미친 행동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그것이 병이였기 때문에, 병인 줄을 모르고 Bronze들은 추럭에 실려서 주물공장으로 되돌아 간 다음 다시 녹여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을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헤아릴 수 마저 없었다. 마침내 그 슬픈 병이 19년만인 2007년 늦봄에 중단이 되고 오늘에 이르렀다.
진짜로 이것으로써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이 지랄병이 여기에서 치유가 되고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인생 칠십에 이제는 이 지랄병을 계속할 시간이며 Stamina도 고갈되고 없다.
17년 동안을 그 긴 시간을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그 미친병을 받아주고 받아준 주물업자 박수일씨가 깊이 고맙다. 그분은 영원히 이 정신이상자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분이 건강이 안좋다는데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빈다. 동신주물 문형자 사장님은 3년 사이에 이 지랄병을 3회째 수용해 주셨다. 전시철인 이 바쁜 가을철에 조각가도 아닌 전혀 별볼일 없는 자에게 시간을 특별 할애해서 또 형태를 만들어 주심에 진심으로 고맙다. 동신주물에서 만들어준 주물로 어설픈 이 도록을 작성하는 것은 내 19년 인생의 어지러웠던 중요한 큰토막의 발자욱들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사연들을 일기장에 글로써 소상히 기록하는 그런 마음과 흡사하다 行百里者 半九十言其末路之難世. 人一能之己百之人十能之己千之.
10여 전부터 고독과 피곤이 휘몰아쳐 올 때마다 이처럼 어지러운 행로 중에서도 나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숨을 쉬고 있었다. 남태평양의 어느 아담한 섬나라로 가서 남양판 언덕위에 있는 오두막집을 하나 구입하는 것이었다 내 중년에 Paris에 작은APT를 하나 마련할려 했는데 그때는 그곳에 머물러 수업하고 있는 딸아이의 반대로 그것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까마득한 옛일로 미련 마져없다. 남태평양의 오두막에서 1년이면 1/2정도의 생활을 갖고 싶었다. 그나라 주민 중에 혹시 14~15세의 어린 꼬마가 있으면 함께 친구를 하고 싶었다. 그 녀석에게서 그 나라 언어도 배우고 그 녀석에게 내나라 말도 가르치고 싶었다. 내 남은 생애의 반은 남태평양에서 반은 서울에서 그 녀석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 녀석이 청년이 되면 그 녀석의 결혼도 내 손으로 시켜주고 싶었고, 그 녀석이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아름 다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 지금은 나에게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70살 먹은 쓸모 없는 늙은이가 되어 버린것이다. 아! 70의 인생 이라는 것이 시간 앞에서 이렇게도 Tight하게 쫓겨야 하는 것인가..
2007년이 지나면 나에게서 이제 미치고 지랄하는 병은 대충 중단이 되고 제법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앞으로는 내 길에서 반복이 반복을 불러오는 그런 짓은 없어 질것 같다. 좀더 큰 canvas, 흙 작업을 해도 좀더 큰 흙 덩어리와 맞짱을 뜨고 싶다. 도자기도 만져보고 싶고, 시간이 허용이 되면 마치 Bronze에서 처럼 그 미친 짓을 거듭하다가 2006년 2월에 그 미친 짓을 멈추게 됐던 붓글씨도 쓰고 싶다. 1986년부터 시작된 글씨의 지랄병 때문에 밤을 새곤하다가 목 디스크가 와서 병원을 찾아 다니면서 목 디스크 물리치료를 받았던 회상들이 나에게는 애처롭고 아름답다. 왜 나와는 하등의 아무런 상관도 없는 글씨 때문에 그 무서운 진통을 겪어야 했을까? 마치 올가미에 잘못 걸려 발버둥치는 미련한 곰 같았다. 사랑 때문에 열병을 앓았다. 하지만 상대는 누가 자기 때문에 처절한 열병을 얋고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것은 오직 나와 나와의 투쟁이었으니까. 뭐 별볼일 없는 것이었다. 나는 조형창작과는 거리가 먼 태어남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 열병과 나와는 그것이 무슨 인연이고 무슨 운명이었는지...... 마침내 paris에 가서 쓰러지고 병원에 가서 하루인가 이틀인가를 안정을 찾느라고 그곳 의사에게 병원에 신세를 졌던일, 돌아와서는 젊은 날의 흔적(미술학교 시절)을 없애버리고 절대로 내 이제부터는 미친짓을 않겠다! 그것들을 몽땅 마당에 쌓아놓고 불 태워 버렸던 일, 연기가 하늘로 피어 오를 때 멍청하게 바라봤던 그 바보 같았던 일, 그러다가 일주일도 못 넘기고 또다시 canvas에 빠져 black hole을 헤맸던 30대 초반의 사건들...... 부모님의 유산을 지키지 못한채 엉뚱한 사람들에게 몽땅 날려버리고 허우적 댔던 슬픈 일들, 슬프고 쓰라렸던 젊은 날의 회상들...... 이렇게 나는 오늘에 이르렀다. 남들처럼 사회적으로 훌륭하고 유명한 흔적을 남기는 일도 못했다. 마치 소쩍새처럼 나의 초로와 같은 시간은 그런 것 이었다. 그러나 나의 가슴 속에는 이 시간에도 남태평양의 맑은 물결이며 파도 소리가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 철썩, 철썩, 철철썩. .........
2007年10月14日 北岳山三更
柳鉼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