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을 때 우리집 식구들은 빨간 속살만 먹는다. 행여 껍질 부분 흰색쪽에 입이 닿을까 조심해서 먹는다. 수박을 먹을 때 나는 빨간 속살도 먹고, 그리고 껍질의 흰색부분까지 먹는다. 그래서 내가 수박을 먹고 버린 껍질은 우리집식구들이 먹고버린 수박껍질보다 얇고 가볍다. 내 수박먹는 버릇이 이렇게 된 것을 언제부터였는지 나는 그것을 모른다.
나는 수박을 먹을 때마다 언제나 우리할머니를 생각한다. 나 고등학교 일학년때 八十七歲 우리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지금은 내 어언 六學年六班이다. 이미 黃昏속으로 계속 疾走해가면서 나는 언제나 우리할머니를 생각하지만 특히 여름이 오고 수박철에 수박을 먹을 때면 제일 그립고 할머니가 보고싶다.
나 어렸을 때 지금으로부터 六十年前쯤에 地球는 二次世界大戰이라는 것을 치루고 있었다. 地球는 列强들의 勢力다툼에 災殃을 맞고 있었다. 戰禍에 휩싸여 地球는 地獄속으로 빠져 들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朝鮮도 역시 地獄이었다. 바로 담 넘어 옆집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屍身이 이집에서도 나왔고 저집에서도 나왔다. 代代로 물려온 삶의 보금자리를 버리고 어느 알 수 없는 未知의 땅 “북간도”로 命줄을 잇기위해서 떠나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러한 슬픈時代가 朝鮮의 農村에서는 있었다.
그 무렵 우리 아버지는 할머니께 수박을 한덩이씩 사다 드렸다. 그리고 수박은 오로지 할머니 혼자만 드시는 거였다. 내가 할머니 방에 갔을 때 할머니는 孫子에게 수박을 주시면서 먼저 수저로 듬뿍파서 빨간 살쪽만 손자놈 입에 넣어주셨다. 우리 아버지는 二代獨子이셨다. 내 위로 누나가 네분 계시고 그리고 나서 아들인 내가 나왔다. 眞實로 告白하지만 나는 그 貴한 할머니 수박을 먹기위해 할머니 방에 간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가끔 할머니 방에 갔을 때 할머니가 잡숫는 수박에 펑크가 날 정도로 속이 껍질부분까지 얇게 수저로 깍여나간 것을 보곤하였다. 할머니는 그러나 손자놈에게는 언제나 빨간 살쪽만 먹여주셨다. 나는 할머니 돌아가시고 수박을 먹을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한다. 어느때부터인가 나는 수박을 먹을 때 항상 껍질부분 흰색까지를 먹는다. 오늘에 와서 이것은 나의 체질이 되었고 수박은 참 맛있다. 오히려 이젠 흰색쪽이 더 상큼하고 맛있다. 만약에 우리 집 식구들처럼 내 수박을 먹을 때 붉은 색쪽만 먹었더라면 나의 오늘은 存在하지 않했을지도 모른다. 촌놈, 서울에와서 그 소름쳐지는 陷穽에 빠졌을 때 그 絶望의 時代에 우리할머니 얼굴을 잊었더라면 그때 나는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할머니가 계셨고 할머니가 보고싶은 精神이 나를 살아남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수박을 먹을때마다 어느 식당에서나 어느 으리으리한 호텔에서나…..어디에서나 수박을 먹을때마다 나는 우리 할머니가 울고싶도록 그립다.
2003년 8월 1일 於 北岳山 三更 柳鉼燁
